Space, gaze and perception

 

Eunjoo Lee, Curator

 

“In a dark night, a hill far away, only haystacks, towers, flames, and fragmentary colors occasionally were appearing in a field, where only a black pavement stretched out with no signs or lights, there, a reality seemed to exist that has not been expressed in art in any way.” 

-Tony Smith 

 

We all have experienced of being drawn to a place without a specific reason. Whenever I drive through Jamsu Bridge I become fascinated by special sentiments constituting the space; void space, bleak sensations, grey graduations, huge scale, wind, and just enough sunlight. As my body physically senses these elements quickly come and go, I intensely experience a feeling being alive. It is perhaps a kind of existential experience aroused from going through it intensely, almost experiencing tactile sensations. An attraction towards a specific space is a matter of one’s taste within cultural codes; it differs to preference. For example, one liking espresso with cream on top is a different matter. This dose not refers to decorative elements. This is an attraction towards an aura that one in the presence of the space experiences. 

 

When I first came across Jeong’s work at Sagan Gallery early this year, I could recall few spaces related to my own experience, and this soon became an interest in the artist. Although the space he has created consisted of least possible elements; four walls, windows, lights, sounds, and gaze I could sense extremely intense and physiological energy pressurizing the spectator. The space was not simply formative or architectural, but felt very much alive; as if potential events were intensely saturated, anticipating for an event to happen. It was not a singular space like a still picture contemplating indifferently, isolating a spectator; it seemed more like a ‘situational’ space actively involving spectators. This is probably because of the fact that most spaces Jeong uses in his work are where he has actually lived in; the living room, toilet, gymnasium, and dormitory are all related to the experience of the artist himself. He represents authentic atmosphere and specific auras these spaces give out. He arranges basic architectural elements elaborately: the size of the room, structure, the placement of the window, and the intensity of the light, then creates aura in three dimensional structures. What is most interesting in his work is the involvement of the moving gaze of camera. It is a way to search for an organic relationship between physical placement and perception.

Because it is only realized by spectator’s perception, special aura can not be an independent thing on its own. Therefore through what visual it is experienced is inevitably the most important element in his work. In his previous works he has created models of the real space, and by installing a camera inside he allowed spectators to gain information only through camera’s gaze. Spectator desires for a full understating, but faces physical impossibility of entering into the space. He induces them to actively unify themselves to camera’s gaze for an experience. From time to time explosive energy of enclosed space in Jeong’s models pressurize spectators, and create an experience of claustrophobia. That is because camera’s and spectator’s gazes become one at a certain point, and create an emphatic affect on spectators for them to feel as if they are inside the model. Therefore the camera in this situation is not an authoritarian media like the surveillance camera in Big Brothers but a subjective tool and extended eyes. What is more interesting is the fact that as the awareness of spectator and camera’s gaze unify and separate, an experience of two different dimensions are achieved. The experience of being inside and outside and coexistence of two different dimensions bring a momentary confusion of whether one is inside or outside. On top of these factors the size differences of the model and coexistence of two different dimensions of the real and simulated space grant uncanny feelings like the one in Alice in Wonderland. However by deconstructing spatial coordinates the placement of double gazes in his work dose not aim for disruption of subject. His works are restored as an awareness of ‘I’, endlessly confronting a real and solid space itself through synthetic gazes. 

 

As if to reflect artist’s on going interests on spatial existence, for this exhibition he aims for the exhibition space itself, the Brain Factory. The spectator is now able to enter into the space and perceive it on the same dimension. More elaborately planned camera’s gaze gains natural movement of human eyes, through up and down movements and rotating motions. Very softly, slowly and continuously moving camera’s gaze contacts surface of the space of Brain Factory. Spectator perceives the reality of the space more sensitively through images created by the intimate relationship between the space and camera. Jeong’s work, through organic connection with the camera’s gaze, does bring touch, which is related to the inner truth of a space that our conventional eyes couldn’t see anymore, back to life. The fact that documentary films does not feel like our life even though it pictures our lives does not lie on the dramatic effect taken by the media, but it lies on the fact that our closed eyes that cannot see things as it opens up and sees through another eye. Likewise Jeong’s work suggests deeper recognition on a space through other receptive eyes. This is because space is not a still picture but rather a moving sequence and parts of our lives, and it is also an organic environment where my very existence is closely related.

 

공간, 시선, 지각에 대하여

 

전시기획자, 미술사 : 이은주 

 

 

“어두운 밤, 먼 곳에 언덕이 있었고, 건초더미나 탑, 불길, 갖가지 색 등이 드문드문 나타날 뿐인 들판에 캄캄한 포장도로만이 뻗어있었고 어떤 표지나 등도 없었다. …거기에는 예술에서는 어떤 식으로도 표현된 적이 없는 리얼리티가 있는 듯 하였다.”   

-토니 스미드 Tony Smith

 

누구나 특정한 공간에 대해 이유없이 끌리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잠수교를 지날 때마다 나는 그 공간이 형성하고 있는 특별한 정서에 매료되곤 한다. 텅 빈 여백, 콘크리트의 삭막한 느낌과 흑백 그라데이션, 황량한 스케일, 바람, 적당한 햇빛. 내 신체가 감각할 수 있는 이 물질적 요소들이 아주 빠르게 다가오고 또 멀어지는 것을 체험하면서, 나는 살아있다는 강렬한 느낌을 갖는다. 공간의 존재 양상을 매우 촉각적으로, 아주 긴박하게 느끼면서 통과해나가는 일종의 실존적 경험이랄까. 공간 자체에 대한 이러한 끌림이라는 것은 어떠한 문화적 코드의 맥락 속에 있는 취향의 문제, 예컨대 크림이 올려진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는 식의 선호도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그것은 여타의 장식적인 요소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간의 실체, 즉 공간 속에 있는 자의 실존이 체험할 수 있는 어떤 아우라에 대한 이끌림이다. 

 

올해 초 정정주의 작품을 사간갤러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내 경험과 연관된 몇 가지 공간들의 분위기를 상기할 수 있었고, 그것은 곧바로 작가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가 만들어낸 공간은 단지 네 개의 벽, 창문, 빛, 소리, 그리고 시선이라는 최소한의 물리적 조건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매우 밀도 있는 에너지와 보는 이를 압박하는 듯한 심리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조형적이고 건축적인 장면이 아니라, 잠재적인 사건들이 긴장감 있게 응축되어 곧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만 같은 살아있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무덤덤하게 관조하는 정지 화면이나 보는 이를 소외시키는 객체적 공간이 아닌, 보는 이의 지각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일종의 ‘상황적’ 공간이라고 할까. 이러한 특성은 아마도 그의 작품이 대부분 실제 살았던 집의 거실, 화장실, 체육관, 기숙사 등 작가 자신의 경험과 관련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정주는 그 공간들이 발산하는 고유한 분위기, 그것이 가진 특정한 아우라를 재현한다. 방의 크기, 구조, 창문의 위치, 빛의 조도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건축적 조건들을 정교하게 기획함으로써 그는 공간의 아우라를 3차원의 구조 안에 담아낸다. 정정주의 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 안에 움직이는 카메라의 시선이 개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위치와 지각의 유기적인 상호관계에 대한 탐색의 방식이다. 공간적 아우라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결국 바라보는 자의 지각을 통해서 비로소 실현되기 때문에, 그것이 어떠한 시각적 조건을 통해서 경험되는가의 문제는 그의 작업에서 매우 핵심적인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지난 작업들에서 정정주는 실제 공간의 모형들을 만들고 그 실내 공간 안에 카메라를 장착함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서만 모형의 내부 공간에 대한 정보를 얻게 하였다. 관람자는 공간의 완전한 인식에 대한 욕구를 갖지만, 그 안에 실제로 들어갈 수 없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힘으로써 카메라의 시선과의 적극적인 일치를 통해서 공간을 경험하도록 유도된다. 때로 정정주의 모형 작업에서 마치 갇힌 방 속의 폭발적 에너지가 보는 이를 압박해오는 듯한 폐쇄공포증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처럼 카메라의 시선과 관람자의 시선이 어떠한 지점에서 일치됨으로써, 마치 관람자 자신이 공간의 내부에 있는 듯한 감정이입의 효과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카메라는 빅 브라더(Big Brother)와 같이 관람자를 감시하는 권력적 매체가 아니라 주체적 시선의 연장물이며 확장된 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재미있는 요소는 관람자의 지각이 카메라 시선과의 일치와 분리라는 두가지 조건을 통해서 이중적인 차원을 동시에 지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안과 밖, 그리고 두가지 차원의 혼재 상태는 내가 공간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에 대한 인식의 순간적 혼돈을 가져온다. 더욱이 모형과 실제 공간 사이에 설정된 크기의 차이, 실제 공간과 시뮬레이션의 이중적 차원의 공존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기묘한 공간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정정주의 작업에서 이러한 중첩적인 시선의 배치는 공간적 좌표의 해체를 통한 주체의 분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러한 시선들의 종합을 통하여 끊임없이 실제적이고 입체적인 공간 그 자체의 현존과 실체를 대면하는 ‘나’의 지각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공간의 현존성과 지각에 대한 작가의 지속된 관심을 반영하듯 이번 전시에서 정정주는 모형이 아닌 ‘브레인팩토리(Brain Factory)’라는 현실의 공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관람자는 이제 작품의 공간 속에 직접 들어가서 카메라와 동등한 차원에서 그것을 지각한다. 여기서 카메라의 시선은 보다 좀더 정교하게 계획되어, 시선의 상하좌우 운동과 회전을 통해 마치 인간의 눈과 같은 자연적인 움직임을 갖게 되었다. 매우 부드럽게, 아주 천천히 계속하여 움직이는 카메라의 눈은 브레인팩토리의 공간 전체를 마치 만지듯이 촉각적으로 접촉한다. 관람자는 카메라와 공간의 이 내밀한 관계가 지어내는 상(象)을 통해서 자신이 서있는 공간의 현존을 보다 예민하게 지각할 수 있게 된다. 정정주의 작업은 이처럼 카메라의 시선과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서, 우리의 관습적인 눈이 바라보지 못하게 되어버린 공간의 내적 진실에 대한 촉수를 다시금 되살려준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상을 담고 있음에도 일상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매체의 극화된 효과에 있다기 보다도, 어쩌면 존재하는 것 그대로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닫혀진 우리의 눈이 또 다른 눈을 통해서 다시금 열려질 수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정주의 작품은 다차원적인 시점, 또 다른 눈의 수용을 통하여 공간에 대한 보다 진지한 인식을 제안하고 있다. 공간이라는 것이 멈추어있는 장면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퀀스이며 삶의 일부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다름아닌 나의 존재와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유기적 환경이기 때문인 것이다.